2009년 09월 09일
이런 연애라면 해도 괜찮지 않을까.
연애는 안 해. 이별하긴 싫으니까.
약 반년쯤 전에 내가 쓴 글이다.
내가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연애는 늘 이별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관계이고,
이별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친구는 상처를 남기고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도 반가운 것이 친구다.
하지만 연인관계에서 헤어짐은 곧 끝이다. 서로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는다.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두고두고 나쁜 놈으로 기억된다.
모르는 사람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이 연애의 결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상처주기 싫어하는 나는 연애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고 연애를 끝낼 수 있다면……
'클라나드'라는 게임이 있다.
일종의 연애 게임인데, 보통의 연애 게임과는 달리 성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이성관계뿐만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도 중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에는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데,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쌍둥이 언니를 둔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토모야'와 같은 반에 주인공을 좋아하는 '료'라는 여학생이 있다.
그리고 료에게는 쌍둥이 언니인 '쿄'가 있다.
쿄는 소심한 여동생을 위해 여동생과 주인공을 이어주려고 애쓴다. 사실은 자기도 주인공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해서 료는 주인공과 사귀는 데에 성공했지만,
주인공 역시 쿄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료는 주인공과 헤어지게 된다.
게임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료에게 헤어지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료의 대답이 내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귀찮지만, 여기에 전문을 옮긴다.

석양이 비치는 교실에서, 혼자 창가에 서서 기분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이걸 피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확실히… 말로써 알리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비겁자다….
드르르르륵….
천천히 교실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끌리듯이 나는 뒤를 돌아본다.
료: ……
토모야: 어이…
료: 토모야… 군…
이렇게 마주보는 것은 며칠만일까….
쿄와 사귀기로 하고 나서, 어떻게 해도 똑바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료도 마찬가지였겠지….
서로 대화가 없는 채로 시간은 흘러 오늘까지 왔다.
토모야: 위원회, 수고했어.
료: 아니… 오늘은 그렇게 길지 않았으니까요.
토모야: 그래…
료: 아,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니라면 이미 교실에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토모야: 아니… 내가 기다리던 건 료… 바로 너야….
료: …저… 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더니, 료는 표정을 조금 굳혔다.
나는 천천히… 조용하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토모야: 미안해
료: 토모야 군…?
토모야: 나… 너의 상냥함에 기대서 상처입히는 것 같은 짓만 했어….
토모야: 사과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미안해…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어떤 질책의 말도 받아들일 작정이었다.
맞아도 상관없다고, 단지, 사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료: ……
료: …안돼요….
토모야: ……
가슴이 죄어드는 듯한 말이었다.
그래도 고개를 들 수 없다….
나한테는 사과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이것이 도리이니까….
료: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료: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토모야: ……
료: 사과받으면 용서해버릴 것 같아요.
토모야: 에…?
그 목소리의 어조가 어딘가 온화한 것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버린다.
료: …나는…토모야 군과 함께 있던 시간이 즐거웠어요.
료: 여기저기 많은 곳에 다녀왔어요.
료: 점심도, 둘이서 같이 먹었어요.
료: 목걸이도 선물받았어요.
료: 키스도 했어요….
료: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요.
료: 사과받아서… 그걸 용서해 버리면… 그 시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생각되어 버려요….
료: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에요….
료: 그러니 사과하지 마세요.
아아… 그런가….
여기서 사과하는 건… 단지 나의 자기만족인 것이다….
정말로 상처입히는 것만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토모야: 료….
료: 네
토모야: 고마워
료: 네
료: 토모야 군, 저도 고마웠어요.
료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도 한번 더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같은 뒷걸음질치는 말이 아닌, 앞을 바라본 끝맺음.
지금, 우리는 친구로 되돌아왔다.
아, 연애를 이렇게 끝낼 수도 있구나.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앞에서 사과하지 말라는 말에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별을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연애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실제로도 가능할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미안함이 아닌 고마움으로 끝을 맺은 연애를, 실제로는 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이런 이별은 허구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상상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딸에게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고 말해준 소설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소설가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연인의 모습이 어쩌면 클라나드의 료와 닮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때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연애해도 괜찮지 않을까.
약 반년쯤 전에 내가 쓴 글이다.
내가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연애는 늘 이별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관계이고,
이별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친구는 상처를 남기고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도 반가운 것이 친구다.
하지만 연인관계에서 헤어짐은 곧 끝이다. 서로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는다.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두고두고 나쁜 놈으로 기억된다.
모르는 사람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이 연애의 결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상처주기 싫어하는 나는 연애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고 연애를 끝낼 수 있다면……
'클라나드'라는 게임이 있다.
일종의 연애 게임인데, 보통의 연애 게임과는 달리 성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이성관계뿐만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도 중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임에는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데,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쌍둥이 언니를 둔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토모야'와 같은 반에 주인공을 좋아하는 '료'라는 여학생이 있다.
그리고 료에게는 쌍둥이 언니인 '쿄'가 있다.
쿄는 소심한 여동생을 위해 여동생과 주인공을 이어주려고 애쓴다. 사실은 자기도 주인공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해서 료는 주인공과 사귀는 데에 성공했지만,
주인공 역시 쿄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료는 주인공과 헤어지게 된다.
게임의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료에게 헤어지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료의 대답이 내 상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귀찮지만, 여기에 전문을 옮긴다.

석양이 비치는 교실에서, 혼자 창가에 서서 기분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이걸 피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확실히… 말로써 알리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비겁자다….
드르르르륵….
천천히 교실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끌리듯이 나는 뒤를 돌아본다.
료: ……
토모야: 어이…
료: 토모야… 군…
이렇게 마주보는 것은 며칠만일까….
쿄와 사귀기로 하고 나서, 어떻게 해도 똑바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료도 마찬가지였겠지….
서로 대화가 없는 채로 시간은 흘러 오늘까지 왔다.
토모야: 위원회, 수고했어.
료: 아니… 오늘은 그렇게 길지 않았으니까요.
토모야: 그래…
료: 아,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니라면 이미 교실에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토모야: 아니… 내가 기다리던 건 료… 바로 너야….
료: …저… 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더니, 료는 표정을 조금 굳혔다.
나는 천천히… 조용하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토모야: 미안해
료: 토모야 군…?
토모야: 나… 너의 상냥함에 기대서 상처입히는 것 같은 짓만 했어….
토모야: 사과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미안해…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어떤 질책의 말도 받아들일 작정이었다.
맞아도 상관없다고, 단지, 사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료: ……
료: …안돼요….
토모야: ……
가슴이 죄어드는 듯한 말이었다.
그래도 고개를 들 수 없다….
나한테는 사과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이것이 도리이니까….
료: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료: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토모야: ……
료: 사과받으면 용서해버릴 것 같아요.
토모야: 에…?
그 목소리의 어조가 어딘가 온화한 것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버린다.
료: …나는…토모야 군과 함께 있던 시간이 즐거웠어요.
료: 여기저기 많은 곳에 다녀왔어요.
료: 점심도, 둘이서 같이 먹었어요.
료: 목걸이도 선물받았어요.
료: 키스도 했어요….
료: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요.
료: 사과받아서… 그걸 용서해 버리면… 그 시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생각되어 버려요….
료: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에요….
료: 그러니 사과하지 마세요.
아아… 그런가….
여기서 사과하는 건… 단지 나의 자기만족인 것이다….
정말로 상처입히는 것만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토모야: 료….
료: 네
토모야: 고마워
료: 네
료: 토모야 군, 저도 고마웠어요.
료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도 한번 더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같은 뒷걸음질치는 말이 아닌, 앞을 바라본 끝맺음.
지금, 우리는 친구로 되돌아왔다.
아, 연애를 이렇게 끝낼 수도 있구나.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앞에서 사과하지 말라는 말에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별을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연애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실제로도 가능할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미안함이 아닌 고마움으로 끝을 맺은 연애를, 실제로는 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이런 이별은 허구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상상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딸에게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고 말해준 소설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소설가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연인의 모습이 어쩌면 클라나드의 료와 닮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어질 때 잘 헤어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연애해도 괜찮지 않을까.
# by | 2009/09/09 02:24 | 잡다한 생각들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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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꿈꾸는 연애와 비슷하네요. 게임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료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료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떤 이유로 헤어지더라도 함께 한 시간, 지나간 시간에 대해 예의를 잃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라면 비록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연애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연애 관련 글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인데(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죠.) 어떻게 하면 잘 헤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글 쓰신 분이라면 훌륭한 연애를 하실 것 같습니다. ^^
저는…… 아무래도 훌륭한 연애는 경험해보지 못할 것 같네요. ^^; 현실에서 료와 같은 사람을 찾기는 정말 어려우니까요.
현실에서 구현될 가능성은 참.. ㅠ_ㅠ 가슴아픕니다.
참 안타깝죠.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직 마음이 덜 식은 쪽이 성인군자이거나요... 이 경우는 후자로 보이네요;;
저 게임은 아마(해보지 않았으니까요^^;) 특수한 상황인 것 같은데 저 료라는 아가씨가 주인공이 실은 언니 쿄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최소한 자기에게 진짜로 마음이 있지 않다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깨달으며 천천히 마음을 포기해온 것이 아니라 딱 저 말을 듣고 알게 되었는데도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저는 그게 아름답다기 보다는 무서울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좋아하는 사람이 나더러 싫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이성적일 수가 있지요...?;
저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게 정말 좋은가?'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블로그 주인장께서는 너무 연애에 대해 정신적으로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연애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연애인 거죠. 밥 먹고 일 하고 화장실 가고 청소하고 그런 일상의 일부요...
물론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다들 연애를 하는 것이겠지만요.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연애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헤어진 상처가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로운 것도 아닙니다.
훌륭한 대상을 찾지 못해서 훌륭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허상입니다.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인격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을 미워하기 좋아하고 사람 마음에 상처내기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연애하기 싫습니다.
불행하게도 요즘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지요.
그래서 제가 연애 상대를 찾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사실은 정말로 미워하기 좋아하고 상처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 상처가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하거나,
그런 짓을 하고도 자신도 괴로워할 겁니다.
게다가 아무런 상처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혀 상처를 주지 않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일이지요.
다만 저는 되도록이면 연애보다는 상처받지 않는 쪽을 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