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클라나드 감상평.

클라나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의 클라나드라는 이름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클라나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 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는 야겜? 난 관심없어.'
저는 미소녀 게임은 야한 장면들과 변태적인 내용으로 사람을 자극하는
악질 게임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소녀 게임이나 그것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등에는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고, 클라나드도 마찬가지로 외면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클라나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오타쿠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클라나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클라나드를 게임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접하고 감동을 느꼈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클라나드는 인생!'이라는 극찬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기투표 같은 것을 하면
클라나드의 등장 인물들이 상위권을 휩쓰는 경우가 많았죠.

저는 그러한 것들을 보면서 강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클라나드가 어떤 물건이기에 저리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단 말인가!'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저는 이 의문을 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의문을 어떻게 풀 것인가?
이글루스의 유명인 중 한 분이며 동방 프로젝트 마니아인 ColoR님이 말하기를,

"원작 게임부터 하세요."

그리하여 마침 돈이 필요해 클라나드 패키지를 팔려고 하던 어떤 분에게서 (정말 고맙습니다.)
클라나드 게임을 구입하여 하루에 한두 시간씩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엔딩을 보게 되었네요.
클라나드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게 2004년이라 뒷북도 엄청난 뒷북이지만.



간단하게 평가하자면,
'인생'이라는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마을의 이야기'를 표방한 그대로,
주인공이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 주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서 소소한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 이외에도 음악이 상당히 마음에 들더군요.
이런 게임에는 과분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화려한 음악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특히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학교 가는 길에서 나오던 슬픈 음악이…….

엔딩의 한 장면. 마지막으로 은사님께 감사 인사를.

어쨌든 클라나드를 통해,
'미소녀 게임 = 저질 게임'이라는 공식에 예외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소녀 게임의 필수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야한 장면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그렇게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역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군요.



<초간단 클라나드 인물평>

1. 후루카와 나기사
한마디로 어린애같은 캐릭터. 나이는 고등학생인데 행동은 어린이.
진지하게 묻고 싶어집니다. "너 사실 열 살 아니니?"
멍청할 정도로 착한 게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결점이라면 결점이고…….
그래도 '에헤헤~'하고 웃는 모습은 제법 귀여웠습니다.

2. 후지바야시 료
어린아이같은 면이 없는 것이 후루카와와의 차이점. 너무 소극적인 성격이 흠.

3. 이치노세 코토미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캐릭터.
도서실에서 도시락 까먹는 장면은 대략 난감.
그 외에는 별로 만나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4. 후지바야시 쿄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많은 클라나드에서 현실에 가장 가까운 여고생 캐릭터.
활기와 무서움을 겸비. 왜 사람들이 쿄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5. 사카가미 토모요
'환상향에 깡패무녀가 있다면 클라나드에는 사카가미 토모요가 있다.'

6. 빵집 부부
분명 나이는 40대일텐데, 외모도 성격도 모두 20대.
원래 이 집 사람들은 나이를 천천히 먹는 건가…….

7. 이부키 후코
꼭 하는 짓이 장난꾸러기 요정같은 캐릭터.

8. 스노하라 요헤이
클라나드의 개그 전담 캐릭터. '당하는 역할'.
럭비부원에게 끌려나가고 사카가미에게 걷어차이고 주인공에게 농락당하고…….
주인공과 개그 콤비를 만들면 딱일 듯.

9. 스노하라 메이
귀여운데다가, 후루카와 나기사랑 쏙 닮았습니다.
사실은 후루카와의 여동생이 아닐까나.

10. 코무라 선생님
처음에는 존재감이 없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빛이 난 캐릭터.
정말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준 분이 아닐까 하네요.
그리고 2년 전 주인공에게 스노하라를 친구로 붙여준 선견지명에도 감탄했습니다.

by 이채홍 | 2009/05/14 22:57 | ⑤덕 스토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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